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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탐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안으로 들어가 108배..

국보의 시작.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서 바라다 본 속세..(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 중)

2015. 새해첫날~
그 속세의 미광을 보려 나섰다.

영주에는 버스터미널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시외, 하나는 시내(와 인근 지역). 부석사는 시내버스터미널(아래사진 참조)에서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는 자주있다. 카드는1,400원 현금은1,500원. 시간은 약 40분 소요.

부석사까진 2개 노선이 있는데 '진우'경유(55번 버스)와 '풍기'경유. 난 전자를 택(약 20~30분 절약). 시간표는 아래 사진참조~



겨울인데 바람은 잔잔, 햇살은 따끈. 가는 길을 보고 싶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가니~ 이내 졸린기분... 꾸벅꾸벅. 좁은 국도를 쌩쌩 달리니 적잖이 비틀거리는데 안전벨트를 맨터라 아저씨의 난폭(?)주행에 몸을 맡김.. 그러다 머리가 새하얀 소백산의 웃머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몽롱한 기운은 사라지고... 맘속으로 감탄연발~

40분 씽씽달려 부석사도착.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이곳. 내 고향 자랑할 적에 꼭 등장하는 이곳.(사과, 한우와 함께!!)

주차장과 주변 식당가는 유난스럽지않게 적당한 규모로 손님들을 받았다.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왔고 혼자 온 터라, 맛에 이끌릴 이유가 없어 곧장 입구로~ 쪼매만 재촉하면 금새 입구. 가는길엔 사과 좌판이 즐비한데 설날이라 텅텅비고 입구 바로 앞쪽에 한분이 이제 막 판을 펼치고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1200원. 한국에서 국보가 젤 많은(5개) 사찰인데도 이렇게 착한 가격. 오우~

입구를 통과하고 무량수전까진 약 200여 미터. 4개의 열린문과 비스듬한 흙길과 돌길 그리고 108계단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다. 가는 길 오른편엔 사과나무들이 즐비. 왼쪽 편엔 민가 한두채와 사과나무완 사뭇다른 연약한 몸뚱아리의 과일나무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길 양편에 키큰 은행나무들이 호위무사마냥 줄지어 서있는데~ 겨울이라 그들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이 거리는 가을날에 오면 장관이라 하니.. 겨울엔 약간 싱겁고 푸석한 느낌. 헌데 그 너머 사과나무 만큼은 한창 때, 강호동이나 이만기같은 기운 쎈 천하장사의 기품(무거운 과일을 지탱하고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폼새)을 지대로 볼 수 있으니, 지나치지 말고 눈길 여러번 주면 아마도 그들의 쌩쌩한 고함이라도 들을 수...기운은 전염된다!!









가파른 계단 오르고 질퍽한(날씨탓에 땅이 녹아) 맨땅을 수십 번의 발걸음으로 다져가길 10여분. 그 사이 태백산 부석사란 현판을, 표정만으로도 악귀를 내모는 사천황을 , 땅위에 살짝 뜬 문지방을, 사방이 환하게 뚫린 지하를 지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짧다지만, 쉬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무량수전.

우리나라 최고(로 오래된)의 목조건물.. 그 사이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도대체 몇명인가.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이곳 나무 사이사이 스며들었는가. 천년이 넘는.. 우리가 경험 가능한 시간의 몇 배를 훌쩍 뛰어넘은 이곳의 나무는 녹슬어 있지 않았다. 단지 이야기를 품기위해 숱하게 갈라지고, 곳곳에 작은 구멍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기품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너.. 무량수전.

그의 역사에 그의 이야기에 그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니 경외!란 것에 마음이 흔들렸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무릎이 바닥에 닿게되는 당연한 귀결. 높게 쌓여진 길다란 방석 하나를 챙겨, 108배를 올렸다. 요즘의 나의 마음.. '작아지고 낮아지는'거 밖에 내가 드릴 수 있는게 없더라.(아,, 속주머니 뒤져, 꼬깃하게 접힌 50,000원 곱게 펴~ 불전함에 내밀었다.)




무량수전 앞엔 석등(국보)이 있다. 형체는 온전하되 그것을 장식했던 부조의 일부는 희미했다. 그 석등을 옆에 두고 세상을 보면.. 무량수전이 얼마나 눈호강을 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유홍준은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 풍경에 어마한 의미를 부여했는데.. 바로 국보의 시작. 국보제로.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바라다 본 세상의 풍광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이며 그 속에서 기천년을 살아온 민족의 생활유산들이 곳곳으로 흩어졌다고 본 것이다.(정확한 건 다시 책을 봐야^^)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왼쪽편엔 부석사의 상징인 어마한 돌이 와불마냥 누워있다. 양쪽에서 실을 잡고 바닥을 훑어가면 그대로 통과를 한다고 한다. 뜰부, 돌석!! 그래서 부석사. 이곳을 창건한 의상대사가 이터에 살던 괴물을 이 돌로 물리쳤단 전설이 흘러온다.

믿거나 말거나..^^

오른편엔 산위로 길이 하나 놓여져 있다. 바로 조사당에 이르는 길. 조사당과 벽화가 또 하나의 유산(국보)이다. 벽화는 현재 보존을 위해 다른 곳에 안치되었다. 모조품이지만 그 역사를 읽기엔 모자람이 없다.(사실은 안목이 낮아 잘 구별을 못한다고 할 수..^^)



한시간 반 정도 부석사의 기를 듬뿍받고 하산..하다 마주친 회사동료. 아 왠일~ 너무 뜻밖이라 어찌나 반갑던지. 백설공주도 반할 사과 한 봉지를 사서 건넸다.

시동을 걸며 출발 채비에 바쁜 버스에 사뿐히 올라 타, 돌아갈 곳! 영주로 향했다. 컨디션이 돌아왔는지~ 한참 기운 햇살에 눈맞춤이 한결 수월했는지.. 내내 창밖풍경을 보며..(뭐 그리 수려하다 할 순 없지만, 시멘트 세상과는 사뭇다른 맛이라 자세히도 봤다~) 어슬렁어슬렁 버스터미널에 도착...

부석사 무량수전배흘림 기둥에서 무얼 봤나~를 묻는다면, 인간들이 사는 속세의 미광을 봤다고. 왜 우주인이 지구를 보며 느꼈던 그 아름다움까진 아니어도~ 어찌됐건 찌지고 볶고, 사무치는 연정이 있고 흥건한 혈투가 있는 이곳.. 속세. 조금 멀리서 보면 그 장소도 그 시간도 아름답다고...(바람이 분다. 잘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