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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_공동의 기억(2010~2014)

통통배 2탄

(2014.3.21에 작성된 글입니다.)

그렇다면 통통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3년 전, 1년짜리 인문학 강의 패키지를 수강신청 했었죠. 뭔가 헛헛한 일상에 꿀물 한 컵 이라도 마시고 싶단 생각으로. 그런데 그건 꿀이었습니다. 정작 하수상한 일상의 풍파에 밀려 결국에는 거의 듣지를 못했습니다. 마지막 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그래도 뿌린 돈(30만원 상당)이 아까워, 어떻게 할까 십 수번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의지박약을 밀당 할 수 있는 분들과 같이 강의를 들으면 한 컵은 아니어도 방울방울의 단맛은 느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낙서판(회사 게시판)인문소모임안내를 했고, 천만다행히 10여명이 모였습니다.

 

1년간의 수강기간이 끝나고(모임은 한 달 정도 진행),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결론은 계속 가보자!” 그래서 멤버(이때까진 통통배가 아니었습니다) 충원 없이, 십시일반 회비를 걷어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인문의 세계에 '다시' 뛰어들었죠.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점심시간,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다 보니 긴장이 풀려 많이 졸았고, 딴 생각도 많이 나고(집 생각, 휴가생각.. 등등), 아님 노트북을 들고 와 밀린 업무도 하고~ 출장/회의/휴가 등이 겹쳐 2명이 수업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파행(?)이랄까.. ㅎ 어찌되었건 회비는 냈으니~ 종종걸음으로 참석을 했지만 그 끝은 그리 창대 하지 않았죠. 그래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했지만, 완주를 하고 치킨집에 모여 자신이 읽은 감동적인 책 소개와 선물을 나누는 행사까지 했답니다. 그리고 생각의 격돌이 이어졌습니다. 일년간 적잖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인 만큼 여기까지!하자..란 생각과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날 후 며칠을 고민하다, 멤버 분들에게 제안을 했죠. 온라인 수업이 아닌, 직접 강사 분을 모시고 수업을 듣자. 그리고 인원을 확대해 동호회로 승격을 시키자. (동호회가 되면, 회사에서 일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멤버들이 많아져 회비규모 커질 수 있기 때문에 )

 

결론은? . 거기가 터닝포인트였죠. ‘진격의 인문동호회를 만들어보자!

[사진1. 패션블로거 김홍기님 항해 풍경] (점심시간을 이용한터라, 책상위에 김밥들이 즐비~)

 

그래서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동호회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강사를 어떻게 섭외할 것이냐가 난관이었습니다. 일단 쉬운 거부터 했죠. 동호회로 가려면 이름이 필요했고 동호회 운영을 위한 회칙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다공동(다음 공연 함께보기 동호회)이란 동호회를 만들어 본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초반 세팅은 추억의 룰루랄라였습니다. 동호회 이름은 앞서 얘기한대로 통통배가 떠올랐습니다. 막막한 심정(바다)을 어찌 정리(항해)할까.. 하다 떠오른 이름이었죠. 이름이 정해지니 자연스레 선장(강사), 선원(회원), 선착장(강의실), 출항일(강의일), 뱃삵(회비) 등이 쑥쑥 등장했습니다. 이래서 컨셉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바로 대항해를 위한 선원들을 모았죠.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다들 뭔가 모를 항해에 대한 묘한 향수가 분명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기대와 열망을 가진 선원들에게 사람 사는 섬에 대한 좌표를 보여 줄, 선장님 섭외란 어마한 파고를 맞이해! 며칠을 고심하던 차, 문제해결의 열쇠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게되었죠. 바로 통통배 스타일인.. 통해통해를 통한 섭외스타일. 바로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죠. 그들을 통해! 첫 번째 선장님이 땋! 등장을 했습니다. 바로 무도에 출현해, 한창 인기를 올리고 있었던 음유시인하림이었습니다. 거센 풍랑의 바다가 급 평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항은 아침도 아니요, 저녁도 아닌! 점심시간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고된(?) 항해 밥은 꼭 먹어야 하는데, 시간은 딱히 없고~ 이창명은 더 이상 바다 한가운데로 자장면을 배달 안해주니! 김밥을 주문해 먹으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장난스레 <통통배-김밥프로젝트>란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프로젝트란 이름이 붙으니 뭔가 비장해져야 하건만, 김밥이 붙으니 웃픈 프로젝트가 된 거죠. 진지한 얘기를 들으며 돌돌 말린 김밥을 우걱우걱 씹어야 했으니. 이때 멸추(멸치+고추)김밥의 아쌀한 맛을 처음 알게 되어 크나큰 감동의 매운 눈물을 흘렸답니다. 선장님은 자신의 열정적 항해 때문에 그런 줄 알았겠죠

 

그렇게 통통배의 항해는 시작되었고, 어떤 선장님들이 통통배의 나침반을 움켜줬나?

 

첫 번째 항해는 하림이었습니다. 뭔가 그럴싸..하지 않나요? 뮤지션이지만 뭔가 냄새가 다른? 여행을 하며, 갖은 토속악기를 만지며, 사람을 만나며 자신만의 철학을 한음한음 쌓아 올린 그. 어떤 청소년기를 거쳤고 그 후 어떻게 고군분투 했으며 무엇을 통해 나만의 길을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어진 아프리카와 몽골여행 이야기. 더해 짧은 무한도전이야기. ㅋ 스스로 주체못하는 음악적 기운을 여과없이 토해낸, 짧고 강렬했던 미니콘서트까지.

 

[사진 2. 하림의 항해. 김가네 김밥이 선명하네요~^^]

이렇게 첫 항해를 떠났고! 통통배의 항로는 그야말로 '오로라'를 볼 정도의 화려한 항해가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