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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_공동의 기억(2010~2014)

통통배 3탄

(이글은 2014.6.3에 쓴 것입니다.)

세번째 통통배 항해이야기입니다.

두번째 통통배 이야기로부터 너무 멀리 시간이 흘러버렸네요그간 많은 일들이 일어났죠. 가까이에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발표되었고, 50여일 동안 한국인들을 멘탈붕괴로 만들어버린 세월호 참사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그 탁한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지금은 네거티브 별다른 정치적 승부수가 보이지 않는 선거가 한창입니다. 한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폭염 같은 세상에 현기증만 난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탁월한 리더가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념처럼 읊조립니다. 스스로는 도무지 이 난관을 헤쳐나갈 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의지와 방향이 꺾인 지금 이 상황이 비단 지금에만 ( )가 쳐 있다면, 우린 시간을 잘 견디며 흘려 보내는 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 즉 가만히 있는 것. 그런데 이게 지금이 아닌 이어지고 연결되는 삶의 심연이라면, 버티기가 아닌 탈출구를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길을 찾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머리위 렌턴빛을 통해 길을 찾아나선 이들이 남긴 흔적과 이야기는 충분히 의지해 볼만 합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에겐 선장님으로 통합니다. 규격화된 이 사회의 나침반이 명한 가만히 있으라에 맞서 자신들만의 항로를 만들어 간 분들. 물론 이분들의 답이 우리에게 딱 맞는 답이 아닐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사회가 제시해 온 오리무중의 가만히 있으라와 달리 뚜렷한 방향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갈 길 몰라 방황하며, 자칫 그 자리에 머물뻔했던 우리에게 앞을 비추는 빛과 방향을 가진 선장님과의 항해를 통해 삶(혹은 가치관)에 선택지(탈출구)가 많아 졌다는 게 통통배 항해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비범한 빛을 뿜는 음악가, 하림 선장님(자칫 하록 선장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으로 시작된 통통배 항해는 2013년 상반기 아래와 같은 선장님들과 함께,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l  김홍기(패션큐레이터/댄디, 오늘을 살다 저자) _ 패션과 인문학

l  홍세화(언론인/전 진보신당 대표/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_ 생각의 좌표

l  윤태호(웹툰 미생,이끼 작가) _ 미생 이야기

l  강신주(철학자/) _ 우리시대의 화두, 그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행동

l  이성용(광고기획자/하우즈 크리에이티브 대표) _ 사색과 생각의 첨예한 전투

l  황현진(저자/전 홈쇼핑 호스트) _ 설득. 마음이 닿는다.

 

[사진 1. 강신주 선생님 항해. 총 4번을 진행. 마지막은 1분1문1답으로 진행]

 나이가 들면 미세한 운동량이 많은 곳부터 자연 발생하는 주름’. 옷도 역시 시간이 흐르면 가장 많이 움직인 부분에 주름이 스며 든다는 통찰을 전해준 [패션(의 역사)과 인문] 김홍기 선장님과 함께한 의 가치를 탐했던 항해. 홍세화 선장님은 [생각의 좌표]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시믿었던 사회의 질서에 예리한질문을 던져주었고, 윤태호 선장님은 이 시대 청춘의 굴곡된 삶과 그에 대한 재미있는 싸움을 그려 웹툰의 전설로 남은! ‘미생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통해 공감이라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나침반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신주 선장님은 현재 우리시대를 이끄는/호도하는 인물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들에게서 어떤 것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던진 그물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지를 특유의 입담으로 쾌속항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광고란 자본주의의 괴물이 어떤 측면에선 새로운 상상에 맞닿아 있는 요물임 얘기해 준 이성용 선장님, 사람과 사람사이 하루에도 수십번 크고작은 마찰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갈등이란 못과 망치 대신 설득과 교감이란 젖과 꿀을 선원들에게 먹여주신 황현진 선장님의 항해. 무뎠던 감성과 희미해진 방향에 특별한 그린라이트가 깜박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상반기 항해가 끝이나고, 하반기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상반기는 거의 특별항해였습니다. 강신주 선장님만 4번의 항해를 했고 나머지는 1~2번 항해를 진행했습니다. 특별항해가 많으니, 매번 선장님을 모시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하반기에는 장기항해(한 선장님이 8번 이상 항해를 하는)를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습니다. 일단 장기항해를 통해 통통배 항해를 안정화 시키고, 운과 여력(시간과 뱃삵이 가장 크겠죠?)이 된다면 특별항해(한 선장님이 1~2번 항해를 하는)를 하는 것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항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기항해]

l  주현성(지금 시작하는 인문학1,2 저자) –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1’ 에 있는 8개 이야기

[특별항해]

l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다르다는 것에 관해(결혼을 앞두고)

l  디구루(이디오테입 리더) – 왜 이런 음악을 죽도록 하는가

l  김기조(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 캘리, 그림으로 하는 모든말

l  김은주(이미지씽킹 전문가) – 들은 것을 아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워크샵 진행)

 

[사진 2. 지금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선장님의 정기항해]

[사진 3. 디구루의 항해. 마지막에 텍사스 sxsw에 참가한다고 했다. 그리고 난 sxsw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ㅎ]

[사진 4. 이미지씽킹 항해의 흔적들. 들은 것을! 시각화시켜, 선원간~ 재미있는 교류를 해 보고자 시도한 항해]

6월에는 새롭게 선원들을 모집하고(물론 기존 선원들 절반이상은 남고) 7월에는 자체 방학기간을 가졌습니다.(통통배는 반기 기준으로 노를 젓는 선원을 재구성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 드리겠습니다.)

 

하반기 항해는 8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렵게 모신(연락처 수배가 어려워, 난항을 겪다. 조선일보 박돈규기자님이 주현성선생님에 대한 기사를 쓴 거 보고. 후배 녀석을 통해~ 기자님을 통해 연락처를 받은^^) 주현성 선장님은 자신이 쓴 책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에 담긴 8개의 카테고리(신화, 심리, 역사, 철학, 회화 등)를 각각 1번씩 항해를 통해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항해하는 1시간동안 각각의 만찬을 소화한다는게 과욕에 가까웠지만, 선장님이 얼굴에 흘렀던 땀을 보며.. 부지런히 숟가락를 움직였습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97() 역사적인 공개동성결혼을 앞두고 93일에 전격적으로 통통배에 승선해 그들이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격하며, 흥미진진했던 러브스토리를 가감 없이 풀어냈습니다. 이디오테입의 디구루 선장님는 일렉트로닉이란 척박한 대지에서 나만의 음악이란 꽃을 피우기 위한 고군분투를 얘기해 주었고, ‘오늘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란 파격적인 선언을 남기며 엄청난 청년팬들을 형성한 김기조 선장님은 자칫 건조한 텍스트가 이미지를 만나 어떤 화학적 결합을 잉태해 풍성하며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승화되는지 열변의 항해를!(‘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붕가붕가레코드 메이킹 멤버로서의 술회는 매콤 달달한 보너스 항해였습니다) 김은주 선장님은 눈과 귀만 열어둔 선원들에게, 손을 열게 한 최초의 선장님이었습니다. 그는 이미지씽킹 워크샵을 주도했습니다. 원래는 4번정도 진행을 하면서, 통통배 항해 전체를 이미지로 만들어 공유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거기까진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2번의 워크샵을 통해, 잠수된 이미지표현력을 부표처럼 끌어올려 주셨음에. 감사를.

 

이렇게 2013년의 1년간의 항해는 끝이나게 되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항해술이 보다 발달된 2014년 상반기 통통배의 거친항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진 5. 붕가붕가레코드 김기조 수석디자이너의 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