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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탐탐

제주 카페들은 커피만 팔지 않습니다.

제주의 하고 많은 카페들 중, 애월 [하루하나]는 가장 뜨거운 카페 중 하나입니다. 

입구에 촘촘히 누워있는 이불솜같은 잔디가 손님을 먼저 반깁니다. 카페 곳곳에 스민 쥔장님의 개취가 흥건합니다. 대학로에서 2년전에 이곳으로 왔다고 하네요. 평온했던 이곳이 도로가에 주차된 차량의 길이만 100m가 넘는 이유는 '마켓'이 들어서면서 부터입니다. 인근의 장필순, 이효리도 무언가를 기부한다는 소문은 이 좁은 제주에선 한라산 소주 완샷 속도만큼 빠르게 전파되었죠. 마켓은 한 달에 한 번 서지만~ 이것으로 이 곳은 일약 스타(?)가 되어 평일에도 많은 분들이 '순례'를 오십니다.

 

 

[사진 1,2. 카페 하루하나 입구풍경. 실내풍경. 쥔장님의 저 독특한 스타일..^^]

 

카페가 커피만 파는 게 아닙니다. 작은 동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아지트'의 역할도 합니다. 그렇게 카페는 핵심인 커피만 파는게 아닌, 공간이 지닌 장점(위치, 주변 분위기 등)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를 팔고 있습니다. 그것이 (쥔장님)개취가 됐건, 전략이 됐건.. 카페가 유명해지기 위해, 제주에선 참 필요해 보입니다. 편의점처럼 곳곳에 카페가 들어서고 있거든요.

 

위 얘기는 저의 생각도 있지만, 하루하나의 쥔장님과 운 좋게 이뤄진 대화를 통해서도 적잖이 느꼈던 부분입니다.(예전 크리에이티브 모닝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 말을 걸 수 있었습니다. )

 

제주에 오래 있진 않았지만, 그간 다녀 본 몇 군데를 중심으로~ 카페 혹은 공간이 그들의 '핵심'을 벗어나, 새로운 것(음악, 미술..)에 주목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곳은, 제주 노형동 [더 스트롱홀드]입니다.

입구에 배너 2개가 있네요. 매달 첫째 / 셋째주 금요일에 재즈공연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사진 3. 더 스트롱홀드 입구 옆에 있는 재즈공연 안내 배너]

 

카페가 음악 홀로 바뀌는 것입니다. 음악이 듣기 싫으면, 3층에 앉아 있으면 됩니다. 재즈공연은 4층에서 진행이 되거든요. 이곳은 커피집이라기 보다, 문화 공간이란 생각이 더 듭니다. 커피는 그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도구'같은. 아! 그럼에도 커피맛은 정말 좋습니다.(단지 매장에 울리는 음악이 별로란 얘기가 있습니다.) 분위기(엔틱 가구가 즐비한) 또한 외로운 마음을 감싸주기 딱 좋습니다.

 

이 카페 주인장님은 미술을 하나 봅니다.(듣기엔 한분이 아니라고 하네요.) 곳곳에 그림들입니다. 큰 돈 주고, 장식으로 단! 유명화가의 그림들이 아닙니다. 근사한 이름표 하나 없죠. 여기 주인장님 그림인 거 같습니다. 때때로 한쪽 좌석에서 잡지 그림을 카피하는 것을 봤거든요.

 

[사진 4. 온통 벽에는 그림입니다. 쥔장님의 흔적들...인거 같습니다.]

 

키 크고, 몸매 좋고, 커피 알고, 이 정도 카페를 운영할 돈과 능력이 되고. 거기가.....미술까지. 그리고 치명적인 친절까지 겸합니다. 남자 손님인 저에게 까지도. 이젠 사장님 친구들을 불러 '재즈'공연까지 일삼습니다. 이런 남자는 신고해야해요. 외계인아닌가요?

 

[왓집]이란 곳이 있습니다.

제가 제주와서 애정을 가지고 가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마녀 3분이 있습니다. 서귀포 아트마켓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왓집 카페를 열었죠. 왓은 제주어로 '곳'을 의미합니다. 이 3마녀의 고향은 제주입니다.

 

이곳에서는 미친 듯 별별 행사가 빛납니다. 최근에는 '멩글엉폴장'이란 마켓을 한 달에 한번 열죠.(요즘 제주는 마켓이 대세..) 이 행사에서 지금 통통배 장기항해 선장님인 '정신지'작가님을 만났습니다. 또 다른 행사였던 초면파티도 기억에 남습니다. 갓 제주에 온 육지것들과 오래된 제주민들이 만나는 조촐한 파티를 엽니다. 이 행사에서 국희스탠을 만났죠. 글을 쓰는 그녀는 마녀 중 한명인 유랑하는 달이 오래전 진행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과가 있습니다. 그 후 유달과 아주 친해져, 꾸준하게 제주를 오간다고 합니다. 서귀포쪽에 집도 하나 있다고 하네요. 이제는 자신이 유사 (?)레지던스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경험의 아름다운 확장인거죠.

 

워크샵도 종종 열립니다. 저는 국희스탠의 친구(시 평론하는)가 진행한 '시 워크샵'에 참여를 했죠. 시를 읽으니,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근 탑동방파제로 냅따 달려가 와인과 맥주와 소주를 쭉!쭉쭉 쭉쭉~어깨춤을 추게할꺼야..로 얼마나 달렸나 ㅜㅠ

마녀 3명은 각각의 독특한 재능이 있습니다. 토마란 말인형을 만들고, 제주방언을 테마로 한 디자인 물품을 만들고, 건방진 빵같은 별사탕 같은 맛을 창조합니다. 허나 이들은 마녀라 '근력'이 좀 약한 거 같아요. 그래서 후원회를 운영하죠. 거의 남자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명이 막 넘어선 거 같네요. 정말 오손도손합니다.

 

[사진 5. 왓집 멩글엉폴장 포스터]

 

[쫄깃센터]는 얼마전 '힙'의 전사로 등극했습니다. 어느 잡지에서 '힙'이란 단어를 설명하며, 제주에 쫄깃센터 등장을 빗대어 우회설명을 하더라구요. 정말이지 이름만큼 쫄깃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메가쇼킹이란 작가가 운영하는데, 시설은 유별나지 않습니다. 헌데 이 쥔장의 감수성이 뿜는 매력이 엄청나다고 하네요.(다녀오신 분들의 말에 따르면 말이죠. 유유상종이라고. 그런 매력을 알아보는 손님들만 오는터라! 금새 서로서로 백년친구가 된다고..하네요. 그 정을 잊지 못해, 서울에서도 곧잘 모인다고 합니다. 그들의 아지트는 홍대 '쫄깃센터'입니다.)

 

여기에서 '부침개콘서트'가 진행됩니다. 지난달(2014.8)에는 이적과 강풀이 두둥.

 

출연진은 블라인드로 진행되며, 워낙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는터라 투숙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20~30명 정도만 예약을 받는다고 하네요. 무료지만 가실때는 두손 무겁게(술과 안주). 부침개 콘서트의 시작은 어느 음악가가 이곳에서 짧은 공연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고. 응당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하룻 밤을 쉬어가게 해 줬다고 합니다. 그 음악가는 자신의 음악과 함께 뭔가를 챙겨왔는데~ 바로 부침개 재료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부침개 콘서트가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를 만나, 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라인업을 가진 이쁜 행사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6,7. 부침개 콘서트 현장. 그리고 입구의 신발들]

 

이제는 제주명물로 통하죠. 이 부침개 콘서트. http://blog.naver.com/animaiko/ 

 

월정리는 요즘 그곳을 지배한 바람 대신, 육지것들로 채워집니다. 사람이 카페를 불렀는지, 카페가 사람을 불렀는지. 이곳엔 카페도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브랜드커피는 없죠. 이곳에 [고래가 될 카페]가 있습니다.

 

우연히 들렀던 어느 날. 그곳에서 윈디시티 '김반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대는 없었고,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온 이들과 '굿'을 펼쳤습니다. 가사는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닌 듯, 바람처럼 방향을 잃고 헤맸습니다. 그곳에선 그게 당연하다는 듯. 카페 다른 쪽에선 전시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림이 참... 삐뚤했습니다. 그 동네 아이의 그림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선 그게 당연하다는 듯. 커피향이 음악과 그림을 온전히 떠 받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꾸준하게 문화행사(공연/전시)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 8,9. 고래가될카페에서 만난 김반장님 그리고 싸인..ㅎ]

 

제주시내로 다시 돌아와. 6평 남짓! 이도동 [엘리어스 체어]의 음악 라인업은 그냥 숙연해집니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예약 성공은 그야말로 제주 시내에서 '이효리'보는 격입니다. 풍문으로는 여기 쥔장님이 제주 어느 방송국의 pd였다고 하네요. 그때 맺은 관계와 노하우가 워낙 끈끈해 이런 '규모'와 ''간지'가 나온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짙은'이 공연을 했네요. 평소에는 손님이 그리 없습니다. 얼마전 회사분들과 2차로 이곳을 점령해. 세워둔 기타 챙겨들고, 막걸리집..ㅜㅠ 마냥 한잔 술에 노래를 불렀죠.(마음씨 좋은 쥔장님이 모른 채 해줬다는..)

 

 

 

[사진 10,11 엘리어스체어를 점령한 명랑청춘들]

 

이외 음악으로 유명한 곳은

카페 세바 http://blog.naver.com/cafeseba 

어쿠스틱 홈즈 http://cafe.naver.com/ahomz - 요즘 이곳이 핫하고 하네요. 하루하나 카페 쥔장님이 강추하셨습니다.

여기 말고도 많습니다. 다시 소개해 드릴께요.

 

[사진 12. 카페세바 공연 포스터]